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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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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코로나 전과자’

코로나 전과자, 회사 쫓겨나
염태영 최고, 처음 문제 제기
노동부, 부당 행위 파악해야

지금도, 뿌연 연기가 생생하다. 소독차가 아이의 집을 에워쌌다. 집이 온통 소독 구름에 덮였다. 마을 사람들이 수군대며 지켜봤다. 아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곧 밝혀졌다. 콜레라였다. 아이 동생이 걸렸다고 했다. 안 그래도 외딴 집이었다. 간혹 가던 이웃까지 발을 끊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일렀다. ‘그 집 애랑 놀지 마라’ ‘콜레라 걸린 집이다’. 시간이 흘러도, 노△△은 여전히 ‘콜레라 걸렸던 아이’였다.

군(軍)이 행정하던 시절이다. 방역도 독재였다. 집단 이익이 우선됐다. 개인 권리는 없었다. ‘5학년 1반 노△△, 콜레라’. 선생님이 전교생에 공지했다. ‘성남시 동원동 ○○○번지 가지 마라.’ 면(面)서기가 알리고 다녔다. 환자는 모두의 적이었다. 가족도 공범이었다. 완치돼도 주홍글씨는 여전했다. 공동체로의 복귀가 쉽지 않았다. 그 뒤 기억은 많지 않다. 졸업할 때 기억도 정확지 않다. 중학교에 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와 차이 없다. ‘40년 전 노△△’이 수없이 생긴다. 이번엔 ‘코로나 전과자’다. 방식이 다르지 않다. 아무개 병 걸렸다고 뿌려댄다. 가둬놓은 집을 꼭 찝어 준다. 돌아다닌 곳도 다 공개한다. 사돈 팔촌, 회사 동료, 단골집 직원까지 싹 엮는다. 더 고약해진 건 전파 방식이다. 40년 전에는 면 서기가 알렸다. 동네 사람 수십 명만 알았다. 이제는 인터넷으로 알린다. 온 세상 수십만 명이 알게 된다. 피해자의 고통도 그만큼 커졌다.

코로나 확진자 3만7천명이라고 한다. 2만9천명이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그 완치자들이 쫓겨나고 있다. 실태를 어림잡을 수 있는 통계가 있다. 확진자들의 직장보험 가입 형태 변화다. 1천304명이 확진 이후 퇴사한 걸로 나온다. 퇴사율 20%다. 상반기 평균 퇴사율은 9.5%다. 전년 대비 2.4%p 낮아졌다. 이직률도 낮아졌다. 코로나 현상이다. 웬만하면 현직에 버틴다. ‘코로나 전과자’ 퇴사자들만 느는 것이다.

노동부는 손 놓고 있다. 챙겨야 하는 데 챙기지 않는다. 11월 말 노동부 장관이 언론에 등장했다. 코로나 문제를 말했다. 그런데 엉뚱한 얘기였다. ‘코로나 위기에도 내년부터 주 52시간은 시행된다.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 때리겠다.’ 난데없는 겁박이다. 기업인들 속만 뒤집어 놨다. 주 52시간제 대한 장관의 의지, 그 의지의 10분의 1만 가졌더라도 1천304명 중 몇 명은 구제했을 거다. 노동부의 직무 유기다.

엊그제, 처음 얘기됐다. 염태영 최고위원이 말했다. “완치자들이 직장에서 환자가 아닌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사후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직장 보험 통계도 그가 설명한 자료였다. 현장 행정에서는 이미 불거진 현안이다. K-인터넷 방역이 필히 떨구는 과제다. 염 최고가 대책을 요구했는데, 그의 바람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그 최고위원회 관심은 오로지 정치다.

곧 3차 재난 지원금을 준다고 한다. 또 논쟁이다. 누군 두텁게 주자고, 누군 넓게 주자고 한다. 누군 식당만 주자고, 누군 노래방도 주자고 한다. ‘코로나 전과자’ 얘기는 없다. 1차 때도 없었고, 2차 때도 없었다. 일반 지원 아닌 특별 지원 때도 없었다. 코로나 완치자는 K 방역의 관심 밖 집단이다. 코로나 전과자라며 직장에서 쫓겨난다. 코로나 전과자라면 받아주지도 않는다. 옛날 ‘콜레자 전과자’와 다를 게 하나 없다.

동창회에 갔다. 노△△이도 왔다. 그때, 유독 떠들어 댔던 나였다. 반장 완장 핑계로 더 그랬다. 걔도 기억하는 눈치였다. 미안하다고 해야 했다. 입이 안 떨어졌다. 돼지 갈비 다 먹도록 못 했다. 자리를 옮겨서도 못했다. 결국, 못했다. 전염병 전과자 만들기가 그런 거였다. 45년 세월로도 풀 수 없는 큰 죄였다. 지금 그 죄를 우리 모두가 코로나 완치자들에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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