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을 하면 상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 벌을 안 받는 것이 아니라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고, 일단 때가 되면 모든 벌을 돌려받는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속담치고는 길다. 청나라 때 소설 ‘홍루몽(紅樓夢)’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비록 잠시는 뜻을 이루는듯하나 결국은 스스로 발등을 찍어 목숨을 잃는다.” ‘사필귀정(事必歸正:모든 일은 결국에 가서는 바른길로 돌아감)’과 비슷하다.
세상을 좀 살아보면 이 말이 딱 들어맞지는 않는 거 같다. 평생 못되게 살았던 인간도 부귀영화를 누리고 편안한 임종을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명히 악(惡)인데 다른 사람은 선(善)이라고 한다.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은 상부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됐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惡)의 평범성’이다.
중국의 대학자 지셴린(1911-2009)은 나쁜 사람은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장 나쁜 사람은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 자기에게도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쁜 사람은 결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나쁜 사람 유전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나쁜 사람이 다 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보면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긴듯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라면서 악인은 꼭 벌을 받는 것처럼 해놓고, ‘하늘은 어질지 않아 백성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라고 써놨다. 하늘은 무심하다. 특별히 무엇의 생장을 돕기 위해 햇빛을 비추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해치기 위해 지진을 내리는 것도 아니다.
조국 전 장관에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민을 화나게 하고 있다. 현 정권의 전유물인 ‘정의와 공정’이 무참하게 무너졌다.
한쪽은 별거 아닌 거 가지고 난리라고 하고, 다른 쪽은 정권의 비도덕·반윤리에 치를 떨고 있다.
천벌이 따로 없기에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면 될 일인데 검찰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정권이 총출동해 진실을 호도하기 때문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다. 당시 부대장과 당직 사병 같은 의로운 증인들이 검찰 대신 나섰다.
현재 우리의 위기는 거짓이 진실을 덮고 있는 것을 넘어 진실을 왜곡하는 데 있다. 정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추미애 장관 사태를 보면서 선(善)이니 악(惡)이니 인(仁)이니 의(義)니 다 부질없는 것처럼 보인다. 힘센 사람들의 전횡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은 분노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공자도 나쁜 사람을 혼내줄 마음을 한시라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마천이 말하는 천도(天道)가 과연 있는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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