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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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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며 읽는 동시] 저녁

저녁

               허호석

 

오리가

뒤뚱뒤뚱 집으로 간다.

연못도

뒤뚱뒤뚱 집으로 간다.

함께 놀던 산그늘도

뒤뚱뒤뚱 집으로 간다.

 

세상에는 평화로운 풍경이 참 많다. 연못의 오리도 그 가운데 하나다. 물 위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저 오리를 보라. 코로나19로 어수선하고 불안한 요즘 간곡히 바라는 건 바로 저런 평화로움 아니겠는가. ‘오리가/뒤뚱뒤뚱 집으로 간다.’ 집처럼 편안한 곳이 어디 있을까? 집은 언제라도 받아주고 품어주는 곳.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곳. 힘든 삶으로부터 위로받을 수 있는 곳. 이 동시는 오리를 내세워 ‘집’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못도/뒤뚱뒤뚱 집으로 간다./함께 놀던 산그늘도/뒤뚱뒤뚱 집으로 간다.’ 오리가 집으로 가니 함께 놀던 산그늘도 집으로 간다고 했다. 그것도 ‘뒤뚱뒤뚱’ 간다고 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가. 아니,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가. 우리네 삶도 그와 다를 게 없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그 포근하고 행복한 마음을 어디다 비기랴. 그 평화롭고 즐거운 저녁을 요즘처럼 간절히 바라는 때도 없었지 싶다. 만나는 사람마다 말한다. 따분하게만 여겼던 지난날의 평범한 일상이 못내 그립다고. 그 시절로 돌아만 간다면 더 바라지 않겠다고. 온종일 물에서 놀다가 뒤뚱뒤뚱 집으로 가는 오리가 바로 우리였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으로 이 동시를 골랐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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