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귀
문성란
고 작은
바늘 몸에도
꼭
필요한
구멍 하나.
말하는 입 아닌
받아주는
귀.
말을 담는 그릇 ‘귀’
입과 귀는 정 반대의 일을 한다. 입은 말하는 기능을 가졌고 귀는 듣는 기능을 가졌다. 그러다 보니 입은 말은 하되 듣지 못하고, 귀는 듣기는 하되 말을 하지 못한다. 왜 신은 이렇게 상반되는 두 개의 구멍을 인간에게 준 것일까? 짐작건대, ‘제대로’ 말을 하고, ‘제대로’ 들으라는 뜻에서 그런 건 아닐까? 이 동시는 입도 입이지만 그에 앞서 귀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다. ‘고 작은/바늘 몸에도/꼭/필요한/구멍 하나.’ 시인은 바늘귀를 통해 인간인 우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말하기에 앞서 먼저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시 속에 담았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그 흔한 논쟁의 장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이 모여 벌이는 논쟁을 우리는 수도 없이 봐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듣기보다는 오로지 자기주장만 펴는 이들의 말 홍수에 우린 모두 기가 질리고 말았다. 논쟁이나 토론의 기본은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임에도 귀는 놔두고 입만 내세웠다. ‘말하는 입 아닌/받아주는/귀.’ 그렇다! 귀는 말을 담는 그릇이다. 신이 인간에게 굳이 귀를 달아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소중한 구멍을 왜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가!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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