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를 특징짓는 키워드 중 하나는 ‘세계화’(globalism)이다. 세계화는 운송 및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전 세계가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세계화의 대표적 현상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pandemic)이 현실화 됐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180개 국가 및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해외 유입 차단, 환자 발견과 접촉자 격리조치 등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적극적인 코로나19 검사와 신속한 방역조치, 역학조사와 접촉자 격리를 중심으로 한 고강도 방역봉쇄망 구축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두고 있으며, 계속해서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인천광역시는 시민들에게 4월 4일부터 19일까지 인천대공원, 수봉공원, 자유공원, 월미공원을 폐쇄한다는 안내 문자를 보냈는데, 봄철 꽃놀이로 인해 각 공원에 인파들이 몰릴 것을 예상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펜데믹으로 인한 각국의 봉쇄정책은 국가주의를 가속화하고 국제적 운송수단의 위축과 세계 경제의 위기의식에 따른 세계 질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의 확산방지와 퇴치를 위해 방역당국의 조치에 잘 협조하고, 국가 간에 방역과 임상 분야의 적극적인 협력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되었기 때문에 초기에 중국인을 안막아 한국에서도 코로나19가 터졌다고 정부를 비판하기도 하고, 유럽이나 호주에서는 거리에서 동양인을 코로나 바이러스인양 공공연히 모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는 특정 국가나 지역, 혹은 특정 인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는 인간을 구별하지 않는다. 모든 인간은 바이러스에 걸릴 위험을 갖고 있다.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다 똑같다. 코로나19의 위협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도시든 농촌이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위험이다.
자연은 인간을 구별하지 않는다. 인간을 구별하는 것은 인간이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의 위협에 부자들은 호화로운 도피처에서 생활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피할 곳이 없어 거리에 방치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이웃 간에, 지역 간에, 나아가 국가 간에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공동 대처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간 코로나 봉쇄조치가 특정 국가나 인종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회적 격리조치도 공중보건의 차원에서 환자를 보호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까 염려되어 스스로 삼가는 것이지 상대방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가치는 상호존중과 신뢰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은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취지이지만, 중요한 것은 공동체 전체를 살리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모든 사람이 다 겪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선별적 지원으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임봉대 국제성서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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