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딸아이가 친구들과 몰려다니고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집에 오면 핸드폰만 하고, 한 마디를 하면 버럭 화를 냅니다. 참다가 ‘~해주면 고맙겠다’ 부탁하는 식의 말을 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이런 딸의 태도에 화가 나지만 그것보다는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이 더 앞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자녀의 태도에 화가 나고, 걱정도 되는 마음이 충분이 이해됩니다. 참다가 한 말 한 마디에도 화를 내면 자녀와 어떤 대화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무기력함이 들 것 같습니다.
자녀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래야 갈등하지 않고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청소년에게는 또래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또래를 통해 사회적 존재임을 확인하고, 사회성을 키우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은 청소년에게 매우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입니다. 친구들의 의견을 따르면 자기 생각을 포기해야 하고, 자기 의견을 주장하자니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것 같은 갈등에 놓이게 됩니다.
대상관계 심리학자 위니컷은 이를 ‘참자기’와 ‘거짓자기’로 설명하였습니다.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내적 중심을 가지고 자기를 표현하는 것을 ‘참자기’라고 하였고, 이와 반대로 참자기를 보호하고 현실에 순응하는 것을 ‘거짓자기’라고 하였습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참자기와 거짓자기가 적절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참자기’를 드려낼 수 있을 때 창의적이고 개성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참자기’가 없을 때 청소년들은 공허함을 느끼게 되며, 자해, 중독, 비행의 여러문제가 야기됩니다.
자녀의 ‘참자기’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자녀가 ‘참자기’와 ‘거짓자기’의 갈등 속에 있는 것을 알아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갈등은 누구나 겪는 것이며 성장하는 일련의 과정임을 부모와 자녀 모두 받아들이는 게 필요합니다. 둘째, 자녀의 현재 감정과 생각을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현재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알지 못한 채 막연한 우울과 화를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엄마가 보기에는 네 의견을 친구들에게 표현하면 따돌림을 당할까봐 두려운 것 같아. ’라고 자녀의 생각과 감정을 명확히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담학에서는 이것을 ’반영‘(reflection 혹은 mirroring)이라고 합니다. 셋째, 자녀가 자신의 의견을 말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견뎌주는 것입니다.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다소 유치하고 미성숙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도들은 매우 중요하며 이를 통해 ’참자기‘를 성장시키는 기회가 됩니다. 따라서 친구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돕고, 혹은 친구들에게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가장 안전한 대상인 어머니에게 표현하게 함으로써 ’참자기‘가 발현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만약 자녀와 갈등이 지속된다면 갈등이 더 깊어지기 전에 전문상담을 받으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자녀에게 가장 안전한 대상인 어머니와 신뢰가 무너진다면 자녀는 ‘참자기’를 찾기 위해 훨씬 더 먼 길을 돌아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청소년복지지원법 제24조에 의거하여 설립된 청소년상담전문기관입니다. 9세~24세 청소년은 누구나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상담신청은 휴대폰에서 031-1388 또는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031-212-1318)로 하실 수 있습니다.
오석연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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