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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평택세관] 1. 밀수사건 축소·은폐 정황

소규모 밀수만 적발… 꼬리 자르기 의혹

1986년 평택항은 중국과의 교역 확대 등을 기대하며 국제무역항으로 야심 차게 문을 열었다. 수많은 창업자가 대(對) 중국 무역의 중심에 서고자 평택항을 찾아 수출입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부푼 꿈을 안고 항만 사업에 도전한 창업자들이 최근 평택항을 떠나고 있다. 이들은 입을 모아 평택직할세관의 ‘의문스러운 행정’을 평택항 대탈출의 원인으로 꼽는다. 이에 본보는 평택항의 실태를 점검하고, 평택세관의 석연치 않은 의혹 등을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평택항 수입품의 밀수 단속을 전담하는 평택직할세관이 단속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에 대한 적발만 진행, 밀수 사건 관련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13일 평택직할세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평택세관은 보세창고(수입 절차가 끝나지 않은 외국물품을 보관하는 창고) 안에서 밀수 행위를 벌인 혐의를 받는 중국산 냉동고추 수입업체 A사 및 보세창고업체 B사 관계자를 관세법ㆍ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출입이 통제된 보세창고 안에서 수입품이 통관되는 절차를 확인하고자 수입품별로 정해진 B/L번호(Bill of Lading number)를 바꿔치기 하는 수법을 통해 밀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B/L번호는 수입품마다 고유하기 때문에 절대 변경될 수 없다. 그러나 관계자가 아니면 출입이 절대 통제되는 보세창고의 폐쇄성을 악용해 밀수 행위가 벌어진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일반적으로 수입품의 경우 세관이 통관 절차를 진행할 때 표본조사(sample survey)에 나선다는 것을 악용했다. 보세창고 안에서 수입품 통관 절차 시 아무 문제 없이 한 번에 검사를 통과할 수 있는 ‘우수 표본’을 미리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후 이 표본에 부착된 B/L번호만 계속 바꿔가면서 통관 검사를 받아 국내로 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본보가 입수한 밀수 신고자의 자료를 보면 A사 외에도 B사의 보세창고를 이용한 일부 업체 역시 같은 방법으로 밀수를 진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자료에는 A사를 포함한 다른 밀수 의심 업체의 지난해 중국산 냉동고추 수입현황과 밀수 행위가 이뤄질 당시 보세창고에서 일했던 근무자의 사실확인서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르면 검찰에 송치된 A사는 지난해 기준 약 840t에 달하는 중국산 냉동고추를 밀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같은 보세창고를 이용했던 3곳의 다른 밀수 의심 업체의 경우 A사보다 적게는 약 2배(1천700t), 많게는 5배가량(4천426t) 많은 물량을 보관해왔다.

냉동고추를 가공 후 건고추로 국내 유통하면 가격은 ㎏당 약 6천 원 수준으로 A사는 약 5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3곳의 밀수 의심 업체들이 실제 밀수를 진행했다고 가정할 경우 약 526억 원(총 8천780여t)의 부당이득을 챙겼을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1월 국민신문고에 접수, 이미 평택세관에서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평택세관으로부터 적발 업체인 A사에 대한 정보를 받은 식약처는 유통한 고추를 전량 회수하는 조치로 사건을 종결했다고 지난해 12월 밝혔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는 A사 외 다른 업체에 대한 내용을 받은 것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평택세관이 ‘꼬리 자르기’식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에 대해서만 조사를 진행하는 등 밀수 사건을 축소ㆍ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평택세관 관계자는 “밀수와 관련해 특정 업체를 봐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구체적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지만 다른 업체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명호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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