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 은메달은 깜짝 메달 아닌 예견된 메달”
“지도자로서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준 (차)민규가 정말 대견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저희 팀에 가능성을 갖고 입단해 잘 성장해줬으니 오히려 제가 고맙죠.”
지난달 19일 강릉 오벌에서 열렸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불과 100분의 1초 차로 아쉽게 은메달을 차지한 차민규(25ㆍ동두천시청)의 메달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회 개막 이전부터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의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은 여자 500m에서 3연패에 도전하는 이상화(29)와 남녀 매스스타트에서 동반 우승을 노린 이승훈(30), 김보름(25), 남자 팀추월에 모아져 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차민규의 메달을 확신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소속팀인 동두천시청 이인식(61) 감독이다. 이 감독은 지난해 말 경기일보와의 인터뷰 당시부터 “민규가 초반 100m 레이스만 잘 펼친다면 메달은 분명하다”며 그의 메달 가능성을 높게 예상했었다. 그리고 이 감독의 예측은 정확히 적중했다.
이 감독은 지난 38년간 ‘빙상 불모지’ 동두천시를 대한민국의 ‘대표 빙상도시’로 일궈낸 ‘동두천 빙상의 대부’이자 현역 최고령 빙상 지도자다. 1980년 ‘불모지’ 동두천 사동초등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이후 동두천중ㆍ고에 잇따라 팀을 창단해 많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배출하며 동두천 빙상의 이름을 전국에 떨친 장본인이다.
이 감독은 2001년 쇼트트랙 간판 스타인 김동성과 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코치인 최재봉 등 4명의 선수로 팀을 꾸려 국내 최초 실업 빙상팀인 동두천시청을 출범시켰다. 이후 그는 두터운 인맥과 인재를 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꾸준히 영입해 각종 국내ㆍ외 대회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그 가운데 한 명이 지난 2016년 당시 별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차민규다. 이 감독은 “당시 민규가 유명 선수는 아니었지만 순발력이 좋고 코너웍이 뛰어난 것을 눈여겨봤다”며 “단거리 선수로는 드물게 파워스케이팅보다 기술스케이팅을 구사하는 선수여서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초반 100m를 6초대에 주파하면 메달이 가능할 것으로 봤는데 6.3초를 기록할 때 메달을 확신했다”며 “민규는 쇼트트랙 출신이어서 코너를 돌 때 미끄러지지 않고 라인을 잘 타기 때문에 앞으로 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민규가 승부욕이 뛰어나고 자기 고집이 센 선수여서 자칫하면 이것이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동안 많은 대화를 통해 마음의 안정과 유연성을 찾도록 노력했다”며 “사제지간 이면서도 때로는 동료처럼 마음의 문을 열고 안정을 찾은 뒤 기량이 더 좋아졌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 감독은 평창동계올림픽 직후 차민규가 휴식도 없이 출전한 ‘ISU 월드 스프린트 챔피언십’(중국 장춘) 1천m에서 아시아 선수 중 유일하게 ‘톱10’에 들어간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스타트와 함께 체력만 더 키우면 500m는 물론 1천m서도 가능성이 높다. 민규가 0.01초 차로 준우승한 것은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채워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라는 계시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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