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우리에게 한국전쟁에 유엔을 대표하여 참전한 우방으로 수십년의 세월을 함께 해왔다. 이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와 비교하여 한중 수교 25주년이 되는 중국은 현재 미국을 제치고 경제 교역 규모에서 1위가 되어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다해왔다. 하지만 한국전쟁의 쓰라린 경험으로 그 어느 누구도 중국을 우방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미국과 중국이 우리에게 어떤 친구인지 한번 깊게 생각해보고 정리할 필요가 생긴다. 우리는 친구하면 안재욱이 번역하여 부른 저우지엔화의 노래 ‘친구(朋友)’가 떠오른다. 그 이유는 아마 가사 중에 ‘친구야 일생동안 함께 가자(朋友一生一起走)’처럼 사업도 함께하고 마음도 평생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를 얻길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지만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있는가 생각해보고 대부분 낙담을 한다. 젊은 시절 모두가 마음을 나누는 친구라고 여겼는데 세월이 흐른 후에 보니 이해관계만 남아있고 심우(心友)는 없는 것 같다.
덩리쥔의 노래 ‘당신만을 생각합니다(我只在乎)’의 가사 중에 ‘살면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얼마나 만날 수 있겠는가, 생명을 내준다 해도 아깝지 않을 그런 사람을 말이에요’처럼 죽을 때 한 명의 친구가 있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는데 진실한 친구 하나 두기가 얼마나 어렵고, 얻는다면 그 대가로 목숨도 아깝지 않다고 한다. 개인도 이런데 온갖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국가 간에 진정한 우방이라고 여기기는 더욱 어렵다.
친구에는 경제적인 이익을 위하여 사업을 하는 친구와 진실한 마음을 나눈다는 지기(知己)로서의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친구(朋友)를 한 글자씩 보면 붕(朋)과 우(友)로 朋은 두 개의 月로 월의 본뜻은 조개 패로 화폐를 나타내어 이익이 일치되어 함께 일하는 무리가 ‘朋’이고, 友는 양손을 함께 잡고 일을 하는 것으로 뜻이 통하고 마음이 합치되는 벗을 나타낸다.
붕(朋)과 우(友)에 종종 대비되는 말로 ‘고단(孤)’ 과 ‘적막(寂寞)’이 있다. 주변에 이익을 같이하며 일하는 무리가 없으면 고단한 것이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없으면 적막한 것이다.
중국이 함께 사업을 잘 해오다가 사드 보복을 하니 우리의 앞길은 고단할 수밖에 없고, 미국은 마음을 나눈 벗으로 진실한 우방인 줄 알았는데 같은 이유로 압박을 가하니 우리는 마음 둘 곳이 없어 참으로 적막하다.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은 경제적인 이익을 함께하던 무리는 떠나가 앞길이 고단하고, 한편으로 마음을 나누던 친구는 노골적인 압박을 해와 스산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적막하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알대일로를 제창하며 G2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의 G1인 미국을 넘어서는 위대한 부흥 중국몽(中:중국의 꿈)을 부르짖고,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의 마지노선인 강군의 면모를 한국에서 실현시키려고 동분서주하는 그 한가운데에 한국이 끼여서 고단하고 적막한 것이다.
수천 년의 우리 역사가 증명하였듯이 지정학적 위치를 감안하여 스스로 강해지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서 우리만의 제3의 길을 창조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정학
한중경제문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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