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조사 방법론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회귀분석은 원인이 되는 독립변수와 결과가 되는 종속변수 간의 인과관계를 살펴보는 방법론이다. 19세기 프랜시스 갤턴이 키 큰 부모들이 낳은 자식들이 키가 점점 더 커지지 않고 다시 평균 키로 회귀하는 경향을 통해 발견한 개념이다. 회귀분석의 장점은 원인이 되는 독립변수들이 변할 때 결과가 되는 종속변수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원인의 변화에 따른 결과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으며 또한 특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어떤 원인들의 조합이 필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회귀분석을 현실 세계에서 사용할 때에는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그것은 원인과 결과가 모호한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부모의 키가 큰 경우에 자손의 키가 큰 경우는 부모의 키가 원인이 되고 자손의 키가 결과가 되어 원인과 결과가 분명하다. 그러나 외래 관광객과 국가경쟁력 간의 문제에서는 외래 관광객이 증가하면 국가경쟁력이 증가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가경쟁력이 증가하면 외래 관광객이 증가하는 것인지가 모호하다. 사실 우리 주변의 사회현상에서는 이러한 원인-결과 구조가 모호한 경우가 너무 많다. 최근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나라도 교육개혁을 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배경에는 교육개혁을 원인으로 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의 바람직한 사회상을 결과로 예단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간 교육개혁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했었던 노력은 큰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사교육이 가지고 있는 폐단과 한계를 직시하면서도 그 문제의 수렁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가 교육개혁을 통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가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닐까? 만약, 우리가 발상을 전환하여 우리가 결과로 간주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바람직한 사회상을 원인으로 하고 교육개혁을 결과로 두면 어떨까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바람직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사회상은 무엇일까?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현실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노력만으로는 획득하기 어려운 높은 연봉과 사회적 명성 그리고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누구나 애쓴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힘들고 어렵고 더럽게 생각하여 사회적으로 터부시하는 일도 가치를 부여하고 지금보다 높은 생활수준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어떨까?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는 거창한 4차 산업혁명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는 낮은 연봉과 사회적 인식 때문에 기피하던 인간적인 직업들이 인정받는 시대를 준비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원인이 되면 실제 교육현장에서 굳이 무리를 해서 누구나 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명문대 진학을 위해 사교육에 투자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멋지지는 않지만 내 능력 범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직업이 충분히 인정을 받고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교육개혁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우리가 변해야 한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미래를 만든다.
정남호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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