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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3 (목)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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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종교] 시야암전증(視野暗箭症)

안과 질환에 ‘시야암전증’이라는 눈병이 있다고 한다. 기다란 두루마리 통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일정한 초점만 보이고 주변의 시야가 보이지 않는 증상이다. 따라서 부분적 식별만 가능하고 전체적 판단이 불가능한 눈병이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야에도 이 ‘시야암전증’을 앓는 이가 적지 않다는 임상보고를 하고 있다.

그러하듯이 의식구조 측면에서도 시야암전증이 있는데, 바로 우리 한국 사람에게 이 증상이 유별나게 강한 편이다. 사람 사는 공간을 친밀공간과 적대공간으로 나눈다면, 우리 한국 사람의 친밀공간은 자기 사는 환경의 안쪽에 국한되며, 그 밖은 무한대의 적대공간이다.

서양 사람들의 친밀공간은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에 비해, 한국인의 친밀공간이 너무 좁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자기 집안을 쓸고 닦고 하면서, 도로변이나 강물 속에 쓰레기 버리는 것에 눈곱만 한 가책도 느끼지 않는 것은 바로 친밀감의 ‘시야암전증’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몸이 ‘시야암전증’에 걸린 것이 아니라, 마음도 ‘시야암전증’에 걸린 사람도 있다.

어린아이들은 장난감에 한번 꽂히면 떼를 쓰면서 그걸 사 달라고 한다. 부모님의 사정이나 주변상황을 돌아볼 마음이 안 된다.

그런데 만약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다면 어떨까? 게임중독에 빠진 사람은 게임을 하기 위해 정상적인 삶을 포기하고 산다. 학생인데 학교 공부보다 게임을 하기 위해 시간을 더 쓰게 되고, 심지어는 게임을 하느라 밤을 새우고 학교에서는 피곤해서 잠만 잔다.

이런 이유로 얼마 전에는 휴가 나온 군인이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어머니를 죽인 일도 발생한 것이다. 마약에 빠진 사람은 마약을 사서 그 기분을 느끼기 위해 뭐든지 하게 된다. 때로는 사랑하는 가족의 삶도 아랑곳하지 않게 된다. 나아가 자신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도 알아채지 못하게 된다.

명예나 권력에 빠진 정치인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불법을 행하고, 이것은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는 나중에 청문회에서 말할 수없는 부끄러움을 당하곤 한다.

문제는 그 어떤 곳에 빠져 있는 동안 주변은 안 보인다는 것이다. 나에게서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도, 친구가 멀어져도, 심지어는 자녀들이 더 이상 부모를 부모로서 존중하지 않게 된다. 결국 외롭고 쓸쓸한 삶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얼마 전 일명 ‘세월호 어묵 사건’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 같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변명은 그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였단다. 이 역시 그의 ‘시야암전증’ 때문일 것이다. 내가 관심을 받으므로 행복할 수 있다면, 자식을 잃고 형제와 친구를 잃은 사람들의 아픔은 아무렇지 않다.

한센병 환자들의 성인으로 추대 받는, 하와이 몰로카이의 복자 ‘다미안’ 신부를 아는가? 그는 한센병 환우들을 섬기기 위하여 그들에게 다가갔지만 환영받지 못한다.

건강한 그가 한센병의 고통을 알 수 없으며, 한센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진정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하여 ‘다미안’은 자신이 한센병 환자로 살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비로소 그들의 마음과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시대에 ‘다미안’과 같은 이들이 필요하다. ‘시야암전증’으로 자신의 삶과 행복만 추구하는 시대에, 타인의 행복과 유익을 위하여 나를 희생할 수 있는 정신이 필요하다. 그것은 ‘네’가 아니다. 나로 ‘나’로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시야암전증’의 삶의 정신은 먼저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나아가 이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이길용 이천 새무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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