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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3 (목)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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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경제] 월세 전환의 금융시장 효과

우리나라 주택시장에 고유한 전세시장이 소멸 위기에 있다. 세입자는 전세를 선호하는데 집주인이 전세보다 월세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의 이같은 구조변화 원인은 바로 초저금리이다. 집값 상승 기대 약화로 젊은 무주택자의 전세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집주인은 초저금리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요구수익률을 맞출 수 있는 월세를 택하고 있다.

지금의 저금리가 실물경제의 저성장에 기인한 구조적 현상인 이상, 전세의 위기는 구조적 위기이며 월세시대의 도래는 불가피해 보인다. 인구고령화 제약을 생각할 때 앞으로 집값이 오른다 해도 경기순환적인 미약한 상승 정도에 그칠 것이다. 앞으로는 집값 상승 기대 보다 월세가 주는 안정적 기대수익이 주택을 사고 싶어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임대시장 구조개혁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겠다.

우리나라 전세는 집주인에게 목돈을 주고 2년 동안 집의 사용권을 갖는 제도이다. 집 주인은 그 돈을 저축해서 받은 이자로 임대료를 갈음하게 된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 집의 사용권을 얻기 위해 더 이상 목돈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준 우리나라 전세보증금을 합치면 400조원 정도 된다. 월세 전환은 이 400조원이 세입자의 여유자금으로 바뀐다. 과연 어떤 일이 발생할까? 자산시장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월세로 전환되면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으로 받은 400조원을 돌려줘야 한다. 집주인은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해 금융자산을 처분하거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할지 예단할 수 없지만, 집주인이 대출로 집을 산 하우스푸어라면 금융자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고 대출을 일으킨다면 월세 전환이 전체 금융자산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전세입자는 우리나라 전세보증대출이 약 60조원이니 그만큼은 대출 감소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부분의 전세보증금이 세입자의 여유자금이 되어 금융자산 수요로 이어질 것이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셈법을 종합하면, 비관적 시나리오는 400조원이 그냥 주인 여유자금에서 세입자 여유자금으로 손 바뀜이 되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순유입효과는 없다. 제로섬이다. 반대로 낙관적 시나리오는 월세 전환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크게 확대된 집주인이 대출로 전세보증금을 상환함으로써 가계의 금융자산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경우이다. 굉장한 포지티브섬이 된다.

다만, 비관적 시나리오가 된다 해도 손 바뀜 자체가 무의미하지는 않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자산선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노후를 생각해 젊어서 저축을 많이 하고 중장년이 되면 목돈수요와 소득감소로 저축을 줄인다. 통계청 자료를 봐도 30대는 전체 자산의 40%, 40대는 30%, 50대는 20%를 금융자산으로 보유한다. 교과서의 생애주기가설이 우리나라에도 틀리지 않다.

그런데 전세보증금을 빼면 금융자산 비중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20% 정도이다. 이는 30대는 전체자산의 20%, 40대는 10%가 전세보증금이란 의미이다. 월세 전환으로 여유자금이 없어 예금도 못하고 펀드도 못하던 젊은 세대에게 자산운용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큰 변화이다. 예금을 할까 펀드를 할까 선택의 상황에서, 연령효과만 고려한다면, 고령세대 집주인과 젊은 세대 세입자의 자산운용 선택은 다르다는 것이 생애주기가설의 또다른 가르침이다.

우리 국민은 오랫동안 부동산을 선호해 왔다. 가계 자산의 70%를 실물자산에 집중투자 하는 나라는 선진국에선 찾기 힘들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금융위기의 시대에 가계 자산의 분산투자는 필수이다. 임대시장의 구조변화가 가계자산의 분산투자를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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