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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호 칼럼] 선생님들이 불쌍하다, 그러나…

근래 교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항상 얼굴을 맞대는 학생들이다.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듣는 일이 다반사다.

 

과거보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폭력적인 학생이 한 반에 1~2명은 꼭 있다고 한다. 정부와 사회는 학교폭력 문제를 교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지만 교사들은 날로 거칠어지는 학생들 앞에서 거의 속수무책 상태다.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다가 심리치료를 받거나 휴직·퇴직을 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

 

생활지도의 어려움 등 교사들이 직업적인 자긍심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학교에서 속출한다. 근무연수가 20년이 안 됐는데도 명예퇴직 신청자가 늘어나는 추세가 이와 무관치 않다. 어느 나이 많은 여교사는 여학생한테 ‘쓰레기를 주우라’고 했다가 ‘X년’ 이라는 욕을 듣고 절망한 나머지 명퇴를 신청했다.

 

교사들에게는 무조건 자기 아들· 딸을 두둔하고 나서는 학부모도 두려운 존재다. 막무가내로 자녀를 두둔하는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대다수 교사는 약자의 처지다. 학교폭력으로 권고전학 처분을 받은 가해 학생 아버지가 찾아와 집기를 부수고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례가 있었다.

 

인천 S중의 한 교사는 “가해학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업시간에 교무실로 따로 불러 진술서를 쓰게 한 적이 있었는데 학부모가 ‘왜 수업시간에 조사를 하느냐’고 항의해 사죄할 수밖에 없었다”고 신세타령을 했다. 더구나 학교폭력을 방관한 혐의로 교사가 경찰 수사까지 받는 지경에 이르러 교사들의 위상이 영 말씀이 아니게 됐다. 교사들 사이에서 “소송 대비 보험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가 나온 배경이다.

 

예전에는 교사와 학부모가 한편이 돼 학생을 훈육했는데 요즘은 학부모가 일방적으로 학생 편을 드는 바람에 교사-학생-학부모 사이가 상당히 서먹서먹해졌다.

 

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에 무기력한 이유는 날로 거칠어지는 학생 탓도 있지만, 단순 암기 능력을 측정하는 교원 임용고사가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현재 초·중등 임용고사는 교육학 지식을 묻는 객관식 시험(1차), 전공 분야에 대한 서술형 평가(2차), 수업실연(3차)으로 치러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엽적인 지식을 묻는 1차 시험이 임용고사를 대비한 사교육 팽창의 주범이라며 올해부터 폐지했다. 그러나 초등 임용고사의 경우 2차 서술형 시험조차 단답식으로 출제돼, 수험생들 사이에 ‘족집게’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 각 교육대 교수들이 임용고사 대비 모의고사를 출제하는데, 실제 시험에 유사한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가 있어 수험생들이 서로 사고팔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용고사의 마지막 단계에 수업실연과 적성면접이 포함돼 있지만, 교사들은 ‘연기로 때울 수 있는 쇼’나 다름 없다고 말한다. 10분 동안 시나리오를 짜서 부진아 지도를 하는 척하고, 있지도 않은 학생과 눈 마주치는 척하며 웃기까지 한다. 다양한 부적응·정서 불안 학생을 만나는 실제 교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사범대나 교대 재학 중 생활지도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다. 생활지도와 관련해선 2학점짜리 단 한 과목을 수강한 경우가 허다하다. 생활지도 관련 과목은 필수가 아니라서 극단적인 경우 이수하지 않아도 교사가 될 수 있다.

 

특히 과목별로 양성하는 중등의 경우 교사들의 교육자적 자질보다는 국어·수학·영어 등 전공 과목과 관련한 지식만 강조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정서적인 욕구가 충족돼야 공부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는 점에서 학생과 관계를 맺는 생활지도가 교과지도보다 우선돼야 한다. 이렇게 교사들의 문제는 난마와 같다.

 

학생들이 무서워 우울증을 앓는 교사들이 적잖다니 선생님들이 불쌍하다. 학부모들까지 두려운 존재라니 선생님들이 더 처량하다. 교사를 괴롭히는 일부 학생, 학부모들이 그 많은 착한 학생, 좋은 학부모들의 심성을 반에 반 만큼이라도 닮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학교가 아무리 고달퍼도 ‘스승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교사들은 오늘도 교단에 선다. 그런 선생님들이 훌륭하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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