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갈매기와 보문사가 있는 섬

새우깡에 길들여진 갈매기가 뱃전을 뒤덮어 장관을 이룬다. 석모도엔 전설 많은 보문사가 있다. 노송들이 경배하는 일주문에 들자 산사의 향기가 더없이 그윽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사원의 힘은 낙가산을 오르는 숲길이다. 서해가 보이고 맑은 공기가 폐부를 정화해 주는 곳, 천천히 헝클어진 마음을 정돈한다. 하산 길에 쑥부침을 건네며 호객하는 식당 사람들이 정겨워, 산채비빔밥에 얼음에 재운 강화 인삼막걸리 한잔 들이킨다. 취기는 잡사를 마취시키는 진통제이자 지친 힘을 재생하는 활성보양제. 나는 다시 민머루 해변 가는 버스에 오른다. 차창으로 내다보이는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브레지어처럼 걸려있는 성하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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