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 남쪽지방인 구마모토에 위치한 구주오키나와 농업연구센터에서 근무 할 기회가 있어 2년 동안 일본에서 산적이 있었다. 주말에 시간을 내 일본의 국도변을 달리다보면 道の驛(미찌노에키)라는 곳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길가에 무슨 역이 있느냐고 지나쳐 버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국도변의 휴게소였다. 이러한 일본의 국도변 휴게소는 우리나라의 휴게소와는 많이 다르다. 일본의 道の驛(이하 국도변 휴게소라 함)는 국토교통성에 등록된 휴식시설과 지역 진흥시설이 일체가 된 도로시설로서, 도로 이용자를 위한 ‘휴식기능’, 도로 이용자나 지역주민을 위한 ‘정보기능’, 국도변 휴게소를 중심으로 한 지역 주민의 ‘지역 연대기능’ 이라고 하는 3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국도변 휴게소는 1993년 4월 전국에 103개소가 등록된 이후 매년 증가하여 올 3월 현재 일본 전역에 970개소가 있다. 이러한 국도변 휴게소 제도의 창설 배경에는 고속도로의 휴게소처럼 국도에서도 누구나 24시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휴식시설과 더불어 그 지역의 문화·명소 등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지역 농·특산물 등을 직거래 할 수 있는 장소의 필요성과 함께, 철도역처럼 지역의 중심이 되어 도로를 통한 지역연대를 촉진 할 수 있는 역할로서의 기대가 짙게 깔려 있다.
우리의 국도변 휴게소와는 다르게 농산물 직거래장이 있고 상당히 활성화 되어 있다는 게 처음에는 많이 신기했다. 물론 가격도 도시의 대형마트보다 싸게 거래되고 있었으며, 싱싱함은 말할 것도 없고 생산자 실명으로 거래되므로 믿을 수 있는 안전 먹을거리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대부분 지역 농산물로 만든 식당도 같이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에는 이미 일본의 유명한 명소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맛으로 정평이 나있는 곳도 많았다. 평일에는 시간적 여유가 많은 노인들이 시장도 보고 점심도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주말에는 가족단위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완전히 자리가 잡힌 듯 했다.
바닷가 마을의 국도변 휴게소에는 생선을 팔고 직접 구워 먹기도 하고, 다소 고급 레스토랑도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였다. 최근에는 캠핑카를 이용한 캠핑문화가 붐을 일으키면서 밤에는 캠핑카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곳도 많이 생겼다. 전국의 국도변 휴게소 를 찾아다니는 매니아도 형성되고 있다. 국도변 휴게소 자체가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농업인의 소득향상을 위해서는 농산물유통체계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러한 잘 정돈된 국도변 휴게소는 생산자 차원에서는 지속적인 판매망 확보는 물론 평균 43.4% 정도로 추정되는 과다한 농산물 유통비용 제거의 효과도 기대할 수있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산지, 재배자 실명의 신뢰성이 보장된 안전먹거리 확보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도로변의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우리나라에서 휴식기능, 정보발신기능, 지역연대 기능을 가진 휴게소가 도입되면 농촌지역 활성화는 물론 생활에 밀착된 관관상품으로서도 기여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봉춘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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