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국내 최초의 빗물 이용도시, 즉 국제적인 레인-시티(Rain-city)로 뜬다. 이를 위한 서울대학교와의 협약식이 엊그제 체결됐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수원시-UNFP·SNU(유엔환경계획·서울대) 빗물연구센터 협약식’이다. 이로써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센터장·한무영 교수)는 수원시의 빗물관리사업을 국제적인 빗물 이용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세계물협회 등과 협력, 연구 및 기술자문과 함께 국제홍보 등을 지원하게 된다.
빗물관리는 인류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이다. 물론 수원시의 빗물 순환체계 구축사업은 아직 청사진 단계다.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었다. ‘천리길도 첫 걸음부터’라니 수원시의 고유 브랜드 창출이 앞으로 기대된다.
수원시의 빗물관리 말이 나온 게 약 한 달 전이다. 갑자기 그런 말이 나와 조금은 황당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빗물관리의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처럼 어려운 일을 왜 하게 되고, 어떻게 할 것인가 궁금했다. 해서, 알아봤다. 좀 충격적인 사실이 확인됐다.
김용서 수원시장과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지난해 심 전 시장이 입원하기 전, 그의 자택인 이목동 ‘해우재’에서다. 심 전 시장이 김 시장을 초청했는지, 김 시장이 병문안을 갔는진 알지 못한다. 어떻든 둘이 만난 자리에서 심 전 시장은 김 시장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한 것으로 안다. 심 전 시장의 당부는 개인적인 일이 아닌, 지역사회에 관한 것이다. 어쩌면 심 전 시장은 그때 이미 자신의 건강 회복이 어려움을 예감했는지 모른다.
수원시의 빗물관리사업은 바로 그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그러고 보면 심 전 시장은 17대 국회에서 대정부 질의를 통해 빗물관리를 역설했던 게 기억된다. 김 시장 역시 평소 중수도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터였다. 그같은 전임 시장, 시임 시장의 생각이 맞아 떨어져 이번에 첫 발을 내딛어 시작을 본 것이 ‘레인 시티’ 조성 협약이다.
김 시장과 심 전 시장은 지역사회가 다 아는 라이벌이다. 심 전 시장의 3선을 저지한 사람이 김 시장이다. 심 전 시장은 그 후 국회의원에 당선, 여의도 정치인이 됐지만, 수원시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는 게 주변의 말이다. 이제 심 전 시장은 유명을 달리했다. 그러나 전임, 시임의 두 시장이 수원시를 위한 공통 관심사를 통해 쌓은 영롱한 우정은 무척 아름다워 보인다.
빗물관리 말이 있었던 그 자리에서는 ‘해우제’에 대한 말도 있었다는 것 같았으나 자세한 것은 파악되지 않았다. 세계화장실문화협회를 창립하는 등 화장실문화 개선에 앞장섰던 심 전 시장의 ‘해우재’ 자택은 이상형 화장실을 모델로 지은 특수건축물이다.
가령 ‘해우재’ 주변의 땅에 공원화가 가능하다면 예컨대 ‘심재덕 기념관’이 들어설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화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는 등 그가 생전에 수원을 위해 쏟았던 열정은 기릴만 하다.
일에 대한 열정은 김 시장도 대단하다. 수원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만나려고 시청을 가도 도대체가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다. ‘시장실에 시장이 없다’는 불만이지만, 시장실에 있기보단 사업현장이나 민원현장을 살피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인 걸로 들린다.
이 글을 쓰면서 김 시장이나 심 전 시장측에 물어 직접 취재한 것은 없다. 부담을 덜고 싶은 생각에서 그랬다. 간접취재된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썼다. 혹여 사실과 틀린 대목이 있으면 이의를 접수하겠다.
분명한 것은 수원시의 특수시책이 남모른 두 시장 간 특별한 우정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빗물시책은 매우 생소한 분야다. 그러나 차세대에서는 보편화돼야 할 사업이다. 오는 2012년부터 빗물프로젝트 사업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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