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미술관의 기원은 서구 제국주의 시절 침탈한 전리품을 모아두던 장소다. 영국박물관이나 루브르박물관의 소장품은 식민지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빼곡하다. 그러나 현재 박물관·미술관은 전시기능은 물론 문화예술교육, 사회교육,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박물관·미술관은 더 이상 정적인 대상이 아닌, 살아 꿈틀거리는 문화현장이다. 문화지수를 따지는 각종 지표에서 박물관·미술관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지난 25일 안산에서 경기도미술관 개관식이 열렸다. 이름처럼 경기도가 건립한 공공건물이다. 그러나 정작 미술관을 운영할 관장과 학예직들은 뽑히지도 않은 채 서둘러 개관식이 열렸고, 미술관 내 도서실과 뮤지엄숍 등은 텅 빈 채 ‘호안 미로’라는 스페인 작가의 작품이 개관전으로 마련됐다.
그동안 도는 경기도의 정체성을 운운하며 실학과 효사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수도권이란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말이다. 지역 미술관은 그 지역만의 색깔을 지닐 때 의미가 있다.
개관전이 도내에서 창작활동에 매진하는 미술작가들과 미술애호가들의 미술잔치가 되길 기대했다. 미술관 부지 선정시 안산은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의 고향이란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바 있다. 개관전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차라리 조선후기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담았던 민본주의 화가 단원의 작품이나 그러한 시대정신을 지닌 작가들의 전시가 더 의미있지 않을까.
이미 미술관은 지어졌다. 중요한 것은 향후 운영이다. 관장 등 미술 관계자들이 투명한 과정을 거쳐 선임되고 그들이 지역미술문화를 위한 전시·연구사업을 펼치면서 경기미술이 한단계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 볼 것이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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