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러하듯이, 한 해가 마무리되고 새해가 시작되면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결심은 개인이든 국가이든 지난 1년 동안의 잘못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다. 지난 2004년도에도 국내·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동일 사안에 대해서도 각자가 처해 있던 입장에 따라 좋게 평가되기도 하고, 나쁘게 평가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상반된 평가가 극단적인 갈등구조로 확산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사는 세상의 이치이다.
새해에는 자기만 옳다는 주장이 없었으면 좋겠다. 대통령 탄핵소추, 행정수도이전에 대한 시비, 4대 법안에 대한 첨예한 대립 등과 같은 굵직한 사건에서 비롯된 각종 시위와 집회, 이로 인한 피해는 국가신인도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었다. 상대방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감정이입 능력이 조금만 있다면 일정한 타협선을 찾을 수도 있었던 일이다.
새해에는 최소한의 도덕심조차 없는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쓰레기 만두 파동, 프로 야구선수들의 병역기피, 대학수학능력 휴대폰 부정 사건은 이러한 행위의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먹는 음식을 가지고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국민으로서의 기본적 의무를 회피하거나 어떤 방법으로든 남보다 조금 더 점수를 받으려던 이러한 일들은 결국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 자신의 삶과 명예를 포기하는 행위였다.
새해에는 자신의 인격만큼이나 타인의 인격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성매매 특별법이 사회적 약자에 처한 여성들의 인격을 보호하는 좋은 본보기라면, 이라크에서 벌어진 참수장면 공개나 연쇄살인 사건은 인간의 생명을 한낱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일이었다. 한 개인의 삶은 그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가족과 친인척 등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는 행위이다. 사람의 인격은 비가시적인 것이 아니라 직접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실체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새해에는 우리에게 은근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각종 국제 영화제 감독상 수상, 욘사마 열풍, 이웃돕기 성금 등은 매번 같은 장면을 보아도 우리를 즐겁게 한다.
이런 일들은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와 땀의 결실이다. 비록 현재에는 어렵고 힘이 들더라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자신의 꿈을 달성한 것이다. 준비 없는 삶의 결과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타인이나 사회에 돌리는 일은 자신에게는 위로가 될지는 모르나 결코 남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새해에는 미래를 내다보는 대책들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최악의 재앙이었던 동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 올림픽 체조경기에서의 심판오심, 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 운동 등은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소수 전문가들의 주장을 무시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대처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소를 잃고 나서라도 외양간은 잘 고쳐야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
새해에 바라는 이러한 소망은 혼자의 힘으로는 달성하지 못한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주장하는 법과 제도적 장치와 같은 외부 요인만으로도 힘들다. 자신의 내적 기준을 강화하는 본질적인 측면을 생각하여야 한다.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여 남을 조금 더 배려하는 도덕심을 배양하는 노력을 우리 모두가 결심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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