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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3 (목)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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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선생님이 존경받는 사회

어느 날 영국 황제 찰스 2세가 웨스트민스터 사원(寺院)의 부속학교를 견학한 일이 있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그 누구도 황제 앞에서는 모자를 쓴 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날 그 부속학교의 바비스 교장은 황제 찰스 2세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황제가 학교를 돌아보기 직전에 이렇게 말했다.

‘폐하! 제가 모자를 쓴 채로 폐하의 앞을 그대로 걷게 되는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학생들에게 저 보다 더 높은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찰스 2세는 쾌히 승낙을 한 채 그 학교의 견학을 마치게 되었던 것이다.

교육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땅에 떨어진 오늘날의 교권을 말하는데 만약 바비스 교장과 찰스 2세 사이처럼 교권이 존중된다면 우리의 학교교육은 훨씬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교실에서 선생님이 최고의 높은 사람으로 존경받게 되고 학교에서 교장이 최고의 지도자로 존경받게 된다면 우리의 교육은 보다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더구나 이렇게 교사들이 높게 존경받는 풍토 아래에서는 교사에 대한 폭언이나 폭행은 상상할 수 없으며 학생들이 교사에게 반항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해방직후에는 교권이 대단했다. 그러나 세월에 비례하여 교권은 점점 약해져갔고 몇 년 전에는 정년단축을 중심으로 교권은 땅에 곤두박질 하고 말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교사를 공격했던가! 극히 일부 교사의 바람직하지 못한 부분을 한동안 계속 떠들다보니 마치 모든 교사가 그런 부류로 오인 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교사 무시하는 풍토가 전국을 휩쓸었던 것이다.

해방 후에는 교장이 시골학교에 부임을 하면 그 지방 군수가 인사를 간 적이 많았다. 지방행사에서는 교장을 오른쪽에 모셨으며 속된 말로 깍듯이 대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농부 두 사람이 물꼬다툼을 벌였다. 경찰과 행정관서에 갔지만 서로 고집을 부려 해결이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선생님에게 가서 물어보자고 했다. 그들은 선생님 말에 따라 해결을 보았다. 당시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선생님의 한마디에 수긍을 잘했다. 자연적으로 예절교육이 되었으며 인성교육이 이루어졌다.

바비스 교장의 에피소드처럼 오늘날에도 영국에서는 어느 누구도 황제 앞에서 모자를 쓰지 못한다. 다만 교장은 예외이다. 확고한 교권이 세워진 것이다.

가정교육은 가정에서 권위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잘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가정교육 이외의 교육의 장소는 학교 교육이다. 학교교육이 잘 이루어지려면 선생님들이 존경받는 풍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를 이루게 되므로 자연히 사회적으로 전인교육이나 인성교육, 그리고 예절교육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물론 선생님이 존경을 받으려면 선생님들 스스로 자신의 실력이나 행동가짐 등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지만 요즈음은 아무리 모범적으로 근무하는 선생님이 계셔도 유행처럼 교권을 흔드는 일이 허다하여 교권의 추락이 늘 벌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옛날에 비하여 다양한 사회가 되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에 대한 무시풍조가 날이 갈수록 너무 심해지는 것 같아 바람직한 교육의 환경을 위하여 선생님이 존경받는 사회적 풍토조성이 아쉽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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