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음식에도 선입견이 있다
김종오(동남보건대학 환경위생과 교수)
우리는 미역국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참 많다. 시험에 떨어지거나 무슨 일을 하다가 잘 안될 때 미역국을 마셨다고 푸념하는 경우를 가끔씩 보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선입견 때문에 아이들이 입학시험이나 수능시험 있는 날 아침에는 미역국을 끓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계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속담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는 말 때문인 것 같다. 오리알과 계란은 비슷하고 계란은 0점을 뜻하기도 한다. 자녀가 시험 보러 가는 날 아침 밥상에 계란으로 만든 반찬을 올리게 되면 어른들에게 야단 맞는 경우를 보게 된다.
미역국이나 계란 반찬을 먹었다고 모두 시험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른들이 염려하는 의미에서 조심스럽게 자녀들을 챙겨주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실 어떤 시험이든지 공부를 잘해야 시험에 붙는 것이지, 엿이나 풀로 교문 앞에 ‘○○○합격’이라고 붙여야 합격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도 우리사회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신혼일 때 사촌 동생들이 우리 집에서 같이 살면서 함께 먹고 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사촌동생이 시험 보는 날인데 아내는 무심코 아침밥상에 계란 반찬을 해주었다. 그러나 계란 반찬에 상관없이 사촌 동생은 시험에 합격하여 대학 졸업 후 공기업에 취업이 되어 지금은 간부로서 잘 활동하면서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상태이다. 무슨 일이든지 하다가 잘 안되면 핑계거리로 미역국을 들먹이거나 달걀 반찬을 탓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미역국은 또 다른 날에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생일날 아침에는 미역국을 꼭 끓여 먹는다. 이것은 미역국이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부터 미역은 피를 맑게 해주는 성분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출산한 여자들은 미역국을 며칠씩 계속해서 먹고 있다.
그런데 내가 미역국을 좋아하게 되고 자주 먹게 된 계기가 있었다. 환경 오염물질 중에는 우리 몸에 해로운 중금속 물질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호흡기나 식품을 통해서 미량의 중금속들을 계속해서 섭취하고 있다. 그래서 마우스에 중금속을 투여하고 이를 배출시키거나 체내에서 흡수를 억제하는 물질에 대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해조류가 아주 큰 효과가 있다는 실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문헌조사를 해보니 나보다 먼저 많은 연구자들이 비슷한 결과를 얻고 있었다. 해조류인 미역, 김, 다시마에는 중금속 흡수 억제제로 알려진 알긴산 성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실험을 하고 난 후부터는 김과 다시마도 좋아하게 되었으며, 미역국도 의식적으로 더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지금은 미역국을 좋아하게 되었다.
계란도 마찬가지이다. 계란은 우유와 더불어 영양가가 가장 풍부한 동물성 식품으로서 성장기 아동이나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오염이 심한 도시민에게 미역국과 계란은 몸에 좋은 식품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식탁의 안전과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서 질(質) 좋은 식품을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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