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화와이 교포들의 피땀어린 성금과 정부의 발의로 설립된 인하대학교.
인하대는 ‘동양의 MIT공대’로 인식되며 70년대까지만해도 고교생들로부터 국내 최고의 공대로 대접받았다.
80∼90년대 잠시 주춤했던 인하대가 지난 99년 이후 국내 벤처기업의 산실로 떠오르며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꿈과 저력이 있는 대학. 오늘날 국내 벤처업계에서 ‘기술력이 뒷받침된 군단’으로 거대한 학맥을 이루며 새천년 한국의 신산업을 이끌고 있는 인하대의 어제와 오늘 및 미래를 살펴 본다. <편집자주>편집자주>
◇인하대 약사
인하대는 1952년 화와이 교포 이주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인천시에 공과대학을 설립하자며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발의했다.
이에따라 화와이 교포들이 모은 성금 15만 달러, 국고보조 100만 달러, 이 대통령이 운영하던 ‘한인기독학교’ 매각대금, 국민기부금 270만원에 인천시가 시유지 12만5천평을 기부해 대학이 설립됐다.
대학기공식에는 화와이 교포들을 비롯해 전국의 유지와 대통령 및 각료 대부분이 참여하는등 인하대는 ‘미래의 공업 선진국’을 꿈꾸는 온 국민의 염원이 한 데 모인 가운데 힘차게 출발했다.
54년 개교당시 6개학과로 출발한 인하공대는 58년 대학원을 설립했고, 68년엔 한진그룹 조중훈 이사장이 학교법인 ‘인하학원’을 설립해 재단이사장에 취임했다.
또 72년엔 종합대학으로 승격, 이과대·경영대학을 신설했다.
그동안 이 대학 졸업생들은 국내 최고의 엘리트 대우를 받으며 세계를 무대로 국내 조선·제철·기계·자동차업계 등의 기술력 향상에 공헌해 왔다.
70∼80년대 고도산업 성장기에 인하대 졸업생들의 역할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벤처가 강한 대학
이같은 산업현장에서의 인하대 역할은 이제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인터넷 산업(IT·BT)에서 ‘벤처’라는 새로운 역할을 첨가했다.
이 대학 출신의 전하진 ‘한글과 컴퓨터’대표를 모르는 이는 드물다. 또 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은 국내 벤처 1호다. 네띠앙 홍윤선 사장, 하늘사랑 나종민 사장, 유니소프트 조용범 사장, 키즈넷 박지성 사장 등도 벤처업계에서는 내노라하는 거물로 통한다. 이들 모두가 인하대 출신이다.
뿐만아니다.
한국의 전자저울 시장을 개척한 코스닥 등록기업 카스의 김동진 사장, 반도체장비 메이커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사장도 인하대를 졸업했다.
대학측이 파악하고 있는 벤처기업인은 90여명에 달한다.
이들중 70여명은 국내 벤처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근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기술력을 기초로 한 벤처기업은 여전히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들은 벤처업계에서 거대한 인하대 학맥을 이루며 새천년 한국의 신산업을 이끌고 있다.
대학측은 “공대를 모체로 실질적인 기술력을 중시하는 학풍이 든든한 벤처기업을 양산할 수 있었던 배경” 이라고 자랑한다.
이들 벤처기업인은 지난해 4월 50억원을 모아 모교에 기부했고, 대학은 이 돈으로 학교 옆 1천여평의 부지에 ‘인하벤처창업관’ 을 착공해 올해말 완공 예정이다.
선배들이 지어준 건물에서 후배들은 벤처 창업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수·학생이 모두 연구하는 대학
노건일 총장은 지난 98년 취임 이후 ‘연구실에 불을 밝히는 교수상’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철저하게 추진하고 있다.
교수들 사이에서마저 ‘총장의 요구가 너무 가혹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교수들은 수강신청을 받은 학기 초 학생들에게 강의계획서를 제출한다.
여기에는 그 학기에 강의할 내용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학생들은 이를 보고 강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강신청을 철회하고 다른 강의를 들으면 된다.
교수들이 케케묵은 강의노트로 매년 앵무새처럼 되뇌이던 풍경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여기에다 학생의 강의평가제도 도입됐다. 학생들은 매 학기 강의가 끝나면 교수를 평가한다. 평가항목을 크게 늘려 학생 주관에 의한 평가를 배제했다.
그 결과는 교수들의 승진과 연봉책정에 반영된다.
이로인해 교수들의 연구실적도 크게 향상됐다.
이에따라 교육부로부터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으로 3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또 이 대학 정보통신창업지원센터는 정보통신부로부터 전국 대학중 최우수 창업센터로 선정됐다.
◇재단·대학측의 과감한 투자
교수·학생의 변화와 동문들의 활동 못지않게 재단과 대학측도 크게 변하고 있다.
노 총장은 ‘학생을 위한 대학’을 위해 취임 후 지금까지 1천억여원을 시설투자에 쏟아부었다.
지난해에는 기숙사 ‘웅비재’와 제2고시원을 준공했다.
재단이 150억원 전액을 투자한 기숙사는 학생 1천1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수용학생 모두가 1인 1포트의 1LAN 시설·위성방송 수신설비 등 인터넷과 위성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또 고시원은 수용인원 60명으로 이에따라 고시원 전체 수용인원은 140명으로 늘었다.
450억원을 투입해 지상 6층, 지하 2층 연면적 7천500평 규모로 컨벤션센터 기능을 갖춘 최첨단 전자도서관인 ‘정석학술정보관’이 내년 6월 완공 목표로 지난 3월 착공됐다.
정석정보관은 3천500석의 좌선과 160만권의 장서를 갖추고 좌석마다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설치돼 있는등 최첨단 시설의 위용을 뽐내게 된다.
◇장학복지 제도와 취업률
인하대의 장학금 지급은 국내외 어느 대학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
지난해 지급된 장학금(교내외 포함)은 100억6천300만원으로, 장학금 수혜율이 30%에 달한다.
또 우수학생의 해외유학도 학교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중국·프랑스·러시아 등 해외 30개 자매대학에 매년 100여명을 유학시키고 있으며, 유학시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며 학점도 그대로 인정해 준다.
학생들의 취업률도 98년 55%, 99년 52%에 이어 지난해와 올해는 80%로 껑충 뛰었다.
“모든 학내활동은 취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대학측이 밝힐 만큼 취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신호기자 shkim@kgib.co.kr
<인터뷰> 인터뷰>
‘공부하는 대학’ 노건일 인하대 총장 인터뷰
노건일 인하대 총장은 지난 98년 3월 취임한 이후 ‘제2창학운동’을 모토로 한 개혁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대학의 명성과 자존심을 되찾았다.
교통부장관에서 대학총장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한 노건일 총장을 만났다.
-독특한 대학운영 철학을 갖고 있다는데.
▲대학이나 교수 모두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 존재하는데 지금까지는 이같은 면이 크게 중시되지 않았던게 사실입니다.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교육의 내실을 기하고 경쟁력있는 인재를 양성하면 머지않아 인하대는 국내 최고의 대학으로 부상할 것입니다.
-벤처가 강한대학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인하대는 기술력을 중시하는 대학입니다. 따라서 벤처도 기술력을 기반으로 할 때 뿌리가 든든한 것입니다. 한글과 컴퓨터사 등 인하대 졸업생들은 머슴과 같은 정신으로 훌륭한 벤처기업을 창업해 현재까지 탄탄대로를 걸어오고 있습니다.
-이 대학의 특성화 사업이란.
▲인하대는 미래 유망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7개 분야를 특성화사업으로 정해 중점 육성하고 있습니다. 1차 분야는 항공우주와 정보통신 및 국제통상 분야입니다. 2차 분야는 생명공학과 차세대 고기능성 소재 연구 및 분자과학 기계공학입니다. 7개 분야 특성화사업을 통해 국가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고부가가치기술 개발에 힘쓸 것입니다. 또 동북아시대를 맞아 중국과 일본 전문가를 대거 초빙해 동북아 관련학을 특화시키고 있습니다.
-제2창학을 강조하는데.
▲제2창학은 학교의 기존 질서를 부정하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최첨단 교육환경과 쾌적한 복지시설을 갖추는 데 학교역량을 결집시켜 학생들이 다닐 맛나는 대학으로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김신호기자 s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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